독서서평 | 비판적 사고의 시작은 페미니즘으로 부터… – 학교에 페미니즘을, 초등성평등연구회 저, 2018,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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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에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보며 남자인 내게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여자들에게는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초 등학교 교사인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성평등이 무엇인지, 페미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하지가 않았다.  이 고민에 많은 생각과 해결을 준 책이 ‘학교에 페미니즘을’이란 책이다. ’82년생 김지영’이 여성의 전반적인 삶에 대해 새로운 안목을 주었다면, 이 책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안목을 주었다.
 이 책은 초등성평등연구회 선생님들이 쓴 책이다.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잘 녹여서 읽기 쉽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내가 느꼈던 성불평등적인 상황이 떠올랐다.
  초임 시절 학교에서 운동회, 알뜰 바자회 같은 활동이 끝나고 나면 교무부장님이 다음과 같이 방송을 했다.
 “천막, 책상 정리를 하겠습니다. 남교사들은 반드시 나오세요.”
 그렇게 무거운 짐을 나르며 남자들이 이렇게 힘을 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또는 나이 지긋한 선배 교사는 어떤 여자 선생님이 무거운 짐을 드는 모습을 보고,
 “무거운 짐은 남자가 들어야지. 빨리 자기가 들어! 연약한 OOO 선생님이 들게 하지 말고.” 라고 말씀 하셨다.
   반대로 학교 회식이 끝나고 커피를 뽑고 나르는 것은 여자 선생님들이 했다. 그것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모두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성평등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이 세상에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불편해 보이기 시작한다. 그간 10년 동안 교사로서 아이들을 대했던 불평등한 상황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교실에서 남자애들끼리 장난치다가 남자애가 울면 ‘넌 남자애가 왜 그렇게 우니?’라고 말했다. 체육 부장은 남자가, 미술 부장은 여자가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1번, 여자는 51번인 번호 체계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줄을 설 때는 항상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지었다. 우리 반을 두 팀으로 나눌 때도 남자 대 여자로 나누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것들이 참 불편하게 보인다. 이 책 중간에 나온 것처럼 ‘프로 불편러’의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페미니즘이 의미가 있는 건 차별받아 왔던 여성들의 삶을 평등하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페미니즘적 사고 과정 자체가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보는’ 비판적 사고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가 기득권의 논리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구성원들이 비판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그 출발점이 페미니즘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평등적 생각에 대해 배웠으니 이제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실을 이동하거나 급식을 먹으러 갈 때 남자 한 줄, 여자 한 줄 서던 것을 바꿔야겠다. 이 책 중간에 나왔던 것처럼 제비뽑기를 해서 줄을 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교사가 편하기 위해 남자 1줄, 여자 1줄로 세워서 다녔던 것 같다. 남자와 여자의 구분은 명확하니 교사와 학생 모두 헷갈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편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결국 관습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알았으면 실천해야 한다.
  세상이 쉽게 변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노력이 모이고 모이면 점점 나은 방향으로 변화한다. 어는 날 아침 아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남자들은 화장실 갈 때 불안한 마음 없지 않냐고, 여자들은 어디에 몰카가 설치되어 있을지 몰라 화장실에 가면 항상 주변을 살피고 불안해한단다. 맞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들의 삶이란 얼마나 불안한가. 이런 불안함이 없어지는 세상이 와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삶에서 우리가 어떤 페미니즘 사고를 가져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부담스럽지 않게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며 자신의 생각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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